이회창 출마 근거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하는 모임 “창사랑”에는 공지사항으로 “2002년 여권 4대 폭로 모두 허위사실” “정치공작으로 대한민국 운명 뒤바뀌어” 비열한 정치공작 반드시 뿌리 뽑자는 팝업창이 떠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근거다.


5년 전 11월말 경까지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세한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콧노래를 부르다가 11월25일 노무현 - 정몽준 단일화로 일거에 역전 되었으니 가슴속에 큰 응어리를 간직하고 보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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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창사랑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으니 억울하고 분함은 더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서 본 그의 말을 보면 차떼기와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한 구태의연한 정치형태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극우에 가까운 위험스러운 언행과 선동만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권삼수를 하겠다는 의사 피력 하나만으로 2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일거에 지지율 2위에 올라서고 있다. 이는 이명박 후보의 의혹이 사실일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50~70% 정도에 이르며, 대안으로서 범여권에 대한 실망에 기인한다.


여기에서 세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 번째,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김경준 씨 귀국과 함께 실정법 위반이 드러나 기소되거나 불안한 이명박 후보 대신 이회창 전 총재 지지로 선회하게 되는 경우이다.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대통령후보가 기소되면 당원권 정지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게 되어 있다. 사실 이회창 출마로 인해서 검찰은 수사에서 부담이 덜어지며 관련자의 진술과 사실관계 확인이 촉진 되어진 측면이 있다.


두 번째, 이명박 후보에 대한 혐의가 새로운 것이 없으며 야권분열에 대한 비난을 이회창 전 총재가 한 몸에 받으며 입지가 약화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이회창 총재는 내년 총선에서 지분을 약속 받으며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를 단일화 할 것이다.


세 번째, 이회창 전 총재는 당선 가능성은 없지만 완주하여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거나 혹은 야권분열로 범여권이 승리하는 경우다.


현재로서는 이회창 전 총재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출마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보여진다.

 

정동영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 (사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단)


민주평화개혁세력 뭉쳐야

역전을 노리고 있는 범여권 입장에서는 이회창 출마로 인해서 이슈 주도권을 상실하여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범여권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치의 퇴행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개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권위주의 잔재도 많이 걷어냈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5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납득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민주평화개혁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결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으니 결집할 수 밖에 없다. 문국현 후보도 단일화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신속하게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고 정동영-문국현 후보가 참여하는 토론회부터 시작한다면 과거 세력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범여권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다.

국민이 바라는 철저한 개혁을 하지 못하고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끄럽게만 보였기 때문이다. 교육과 부동산, 일자리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고 개혁의 선명성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준다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내용 보다도 태도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5년 전으로 돌아가자고 노래 부르는 세력에게 빌미를 준 것에 대한 사죄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각오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과정에서 정동영 후보를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비판했던 유시민 의원 마저도 3일 충남 천안에서 지지자들과의 모임에서 “정 후보는 살아온 길로 보나 사고방식, 정책방향으로 보나 이명박 후보나 이 전 총재보다 백배 천배 더 낫다”며 “이 분들과 비교할때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국현 후보는 훌륭한 기업인이지만, 경제영역 한군데서 잘했다고 정치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문국현 캠프로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평화개혁세력이 하나로 결집하여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상징적인 말이라고 생각된다.

Posted by 황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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