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홍

이번 총선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정당정치의 붕괴다.

정책을 중심으로 한 쟁점과 이슈는 사라지고 “박근혜 총선” 이라고 불릴 만큼 한나라당의 분란이 선거의 초점으로 부각 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여파로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고 있으며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 정부 경제팀이 과거 관치경제 시대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면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남북관계도 6자회담과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정신을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색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실제 삶은 대학 등록금 천 만원 시대 도래와 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각 정당이 총선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치열한 토론을 전개하면서 자신의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해야 옳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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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연대 신문광고


이른바 “박근혜 총선”이 나타난 것은
지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의원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고, 낙천한 당사자들은 승복할 수 없다며 탈당해서 “친박연대”를 결성한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당내 경선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끼리의 경쟁으로 정권을 획득하였다면 패자를 감싸 안고 당내 화합과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정도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승자가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정도 이상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는 공천을 단행했다.

당내 경선 마저도 승자 독식이 이루어진다면 당내 경선 과정이 본선 이상으로 이전투구로 진행될 수 밖에 없고, 경선 후에도 승자를 위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승복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일천한 당내 경선 문화 영향 이겠지만 정당을 불문하고 아직까지 역대 당내 경선 후보 간에 화합하고 협조해 나간 사례가 별로 없다. 이종찬, 박철언, 이인제, 한화갑, 김근태 후보 등의 사례가 그렇다.
 

“친박연대”는 총선에 후보를 내는 정당의 이름이나 박근혜 의원의 팬클럽 같은 모습으로 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아픈 모습이다. 1인 보스 정치와 지역감정을 중심으로 전개 되었던 3김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 정당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모인 결사체 라는 정당의 기본 개념을 무시하는 사당화의 모습이다. 

통합민주당도 한나라당과 별로 다르지 않다. 현재의 통합민주당은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여 정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든 페이퍼정당(선거용 정당)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넘어 온 손학규 대표, 시민사회, 구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제 세력이 모여 급조한 정당이다 보니 정책과 이슈에 대한 고민 보다는 복잡한 당내 세력의 이해관계 조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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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신문광고


박재승 당 공천심사위원장이 비리전력자 배제 원칙을 관철시켜 이른바 “공천혁명”을 단행했을 때 국민들은 크게 환호 했지만, 그 후에 실정에 책임이 있는 친노세력과 386 현역 정치인을 여론조사 형식을 통해서 고스란히 공천한 결과는 실망 스러웠다. 또한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서는 구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가 자파 세력 중심으로 공천함으로 인해서 “박재승 효과”는 사라졌고, 비리전력자 배제 원칙 마저도 무소속 출마 빌미를 제공하여 빛을 바랬다. 실제로 당 공식후보가 있지만 민주당 지도급인사들이 무소속 후보들을 지원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진보신당과 민노당도 노선 싸움으로 분당 하면서 보수정당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진보정당만의 정책과 이슈를 만들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이회창씨를 중심으로 한 자유선진당, 문국현씨를 중심으로 한 창조한국당 역시 1인 보스 중심의 사당의 모습 일 뿐이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로부터 불과 2~3개월 만에 치러야 하는 선거여서 여야 모두 당 체제정비라는 이유로 후보등록일이 임박해서야 공천자를 발표하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 했다지만, 지난 12월 대선에서 "BBK 의혹”으로 인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쟁점과 이슈를 다루지 못했기에 이번 총선은 각 정당이 정책 중심의 선거를 치르는게 옳은 일이다. 

정당이 선거 때마다 정책 보다는 사람중심으로 이합집산 하고 당선만을 위해서 당적을 수시로 변경해도 여의도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는 후진적인 모습은 이번 선거로 끝을 내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는 선별해야겠지만 정당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철새 정치인은 냉혹한 심판을 해야한다.  

국가발전을 위해서 정당 정치의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정당의 탄생과 소멸, 혹은 명칭 변경 과정을 보면 일일이 기억하기 조차 힘들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국정을 담당하는 한 축인 정당이 지금의 모습으로 신뢰를 상실한 것은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대신하여 법을 만들고 예산을 확정하며 정부를 견제해야 할 정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총선에서 지연, 혈연, 학연같은 1차적 선택기준에서 벗어나 디지털시대 문명사적 전환기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꼼꼼히 들여다 본 후에 한 표를 행사하는 방법 뿐인 것 같다.

Posted by 황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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