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정치

여의도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전운이 감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총선을 치러야 하니 생존을 위한 샅바 싸움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회의사당에서 막말이 난무하고 벼랑 끝 대치 상태를 계속 지켜보는 것은 씁쓸하기만 하다. 연말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법정기일내에 통과된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예외없이 멱살잡이와 봉쇄, 몸싸움 장면은 지속적으로 화면을 장식한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면서 폭력과 물리적 힘을 동원하여 만든 법을 국민들 보고 준수하라고?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뉴스메이커 '06. 9. 15자를 보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기자를 상대로 의미심장한 요구을 던졌다.
그는 “퀴즈를 내겠다.
‘ㄲ’으로 시작하는 성공조건 7가지를 대보라”고 요구했다.
20여 명 기자가 한동안 머리를 싸매고 전전긍긍하자 그녀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얼마 뒤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바로 ‘끼’ ‘깡’ ‘꼴’ ‘꾀‘ ‘꾼’ ‘끈’ ‘꿈’”이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지면 ‘꽃’이 된다.”

"깡"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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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메이커('06.9.15)

최근 여의도의 모습은 7가지 조건 중에 "깡"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꿈'과 '끼'같은 좋은 덕목은 뒷전이고 오로지 누가 '깡다구'가 있는지 이런 특성을 가진 정치인 만이 생존하는 양상이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훌륭한 성취를 이루고 존경받던 분들도 예외없이 여의도에만 오면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상처를 입고 떠난다.

정치의 속성이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이므로 일정 정도 권모술수가 뒤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의 정치모습은 우리 처럼 몸싸움과 막말로 점철되어 벼랑 끝 대치의 모습은 아니다.


3선을 지낸 모 국회의원은 '서로 자해'를 하고 있다며 '상대를 향하여 칼을 휘두르지만 그 칼이 결국 자기를 향한다'며 자괴감을 토로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막말 정치의 원상으로 지목되던 대변인제를 폐지하고 품격있는 정치를 하겠다 했지만 원 상태로 돌아오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백의 정치가 정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 중의 하나인 지나친 에너지, 열정이 대표적으로  분출되는 곳이 정치 현장인 여의도 이다. 6.25 잿더미 속에서 다른 나라가 100년이 넘게 걸려서 이룩한 성과를 30년만에 이루었으니 사회적 모순은 도처에서 발견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우리 정치에서 극한 대립 보다는 여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은 여의도에서 서로 '자해'하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 그만 들 하자.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인수위와 장관, 청와대 수석 내정자 들에게 끊임없이 휴일과 개인 사생활을 반납하고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는 것이 이러한 여백을 완전하게 차단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명박 당선인과 현대에서 같이 일했던 이계안 의원은 최근에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는데 MB가 걱정이오> 제목의 뉴스레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여백의 정치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말인 것 같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언행을 보며 떠올리는 말이 있다.
‘모사재 인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 이라는 구절을 낳은 오장원 전투에서,
위나라의 군사 사마중달이 했다는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경제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이 있으면 직접 전화하세요” 라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말이나, 누가 보아도 청와대 기능을,
좀 더 솔직하게는 대통령의 임무를 대폭 강화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며 머리에 떠오른 말이 바로 ‘식소사번’이다.

오장원에서 제갈공명과 대치한 가운데,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도 줄여가며 친히 매사를 살핀다는 제갈공명의 근황을 전해들은 위나라 군사 사마중달의 판단은 이러했다.

‘식소사번이라. 아, 제갈공명이 곧 죽겠구나.’

비록 죽은 제갈공명에 쫓긴 사마중달이지만 그의 판단은 옳았다. 오장원에서 제갈공명은 죽었고, 사마중달은 살아남아 새 나라를 세운다.
                                                                                                             (08.02.19)

* 팀블로그 "바실리카"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Posted by 황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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