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다양성

인터넷 2007. 12. 23. 02:20
디지털타임즈
디지털포럼 기고문('07.5.15)


우리나라 인터넷콘텐츠의 질과 양을 외국과 비교 분석하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관련 기관에 문의도 하고 찾아봤지만 통계 자체가 없었다. 정통부의 디지털콘텐츠산업백서와 문광부의 문화산업백서를 통해서 콘텐츠산업의 전체 통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인터넷정책의 주무부처는 정통부이나 외형적인 인프라구축에 정책목표가 있지 인터넷 공간을 어떻게 채워서 질 좋은 정보와 자료를 국민들이 이용하게 할 것인가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멀고 콘텐츠 주무 부처인 문광부는 인터넷에 관련된 정책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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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글로벌문화포럼 2007 서울'에서 드림 소사이어티로 유명한 롤프 엔센은 기조강연문을 통해서 "10년 전만 해도 대규모 국제적인 브랜드가 승리할 것으로 예견했지만, 이제 브랜드는 지역적인 특색에 적합해지고 규모는 더 작아졌으며, 소규모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오늘날 소비자들은 `난 특별해.내 이웃과 똑같은 것을 구입하고 싶지 않아'라고 외치고 있다"며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웹2.0시대에 온라인시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 경제를 훨씬 더 극대화하고 있다. 온라인시장의 특성인 유통과 판매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틈새 제품이 유통돼 하위 80%의 콘텐츠가 더 많은 수익을 올려주는 `롱테일 법칙'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인터넷시장에서 대형 포털 몇 군데가 독과점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할 수 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개성 있고 분야별로 전문성이 있는 개별사이트 수 천, 수 만개가 성장할 수 있어야 다양성이 확보되면서 인터넷이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문 역할을 하는 `포털'이 아웃링크 활성화와 자사 데이터베이스(DB)를 40%이상 구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포털이 유머, 여행, 사진, 도서, 어린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재벌과 같은 행태로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한 자료를 제공하여 콘텐츠제공업을 운영할 기회마저 박탈하고, 독창적인 아이템을 운영하는 사이트가 나오면 카피하여 새로운 코너로 편입하는 방식이 계속되는 한 인터넷콘텐츠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방송법이 무슨 이유로 외주제작비율을 제도화하여 강제하고 있는지 인터넷업계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어령 선생은 우리나라가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섞는 문화 즉 퓨전문화가 발달하였으며, 문화적 완충지대로 솔루션과 융합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한류'로 상징되는 창조적인 콘텐츠산업에서 미래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근거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수년 내에 인터넷이 콘텐츠유통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인터넷콘텐츠산업의 육성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 A블로그 회사가 N포털의 독단적 운영을 지적하면서 검색제휴계약을 파기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을'이 `갑'과 계약을 파기한 최초의 사건이라며 `골리앗에 반기를 든 다윗'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초창기에 포털이 어려운 환경에서 인터넷발전을 위해서 기여한 바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포털들이 매출규모나 사회적 영향력으로 볼 때 수익을 콘텐츠제작자와 나누고 자극적인 실시간 검색어가 아니라 건강한 여론형성 등 사회적 책임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포털사업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에 포털과 관련된 문제 제기들과 제도개선 논의는 `다양성'과 `창조성', 미래산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넷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많은 분들과 `(가칭)인터넷건강성회복을위한연대회의'를 만들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Posted by 황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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