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꼭 이맘 때 쓴 글이다.
 방학하는 아이들을 보고  느낀 점을 쓴 글인데 다음 블로그에서 꽤 많은 조회수를 기록 했으며, 지금도 찾아 읽는 사람이 많다.  블로그를 두번째 옮기면서 빠졌는데 어색한 부분과 잣구 몇군데를 고쳐서 다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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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방학식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자 하는 부모님의 배려로 초등학교 부터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차를 타고 30분만 가면 되는 광산군 비아면(지금은 광주로 편입)이 나의 고향이다.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비아로 내려갔다. 겨울 내내 산에서 불을 피우고 불깡통을 돌리고 논에다 물을대서 얼움판을 만들어 썰매를 탔다. 산불과 나무의 훼손을 우려하는 어른들의 방해도 우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쫓고 쫓기면서 잔 나무가지와 뿌리를 캐서 불을 피우고 놀았으며 논두렁과 밭두렁의 지불놀이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논에다 물을 저장하여 얼음판을 만드는 것도 논 주인한테 혼나는 일이었다. 주인 아저씨가 논의 물을 터서 물을 내려 보내면 다음 날 어김없이 물을 채워서 얼음판을 만드는 숨바꼭질이 계속되었다.


지금처럼 썰매를 사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고 모양을 내서 직접 만들었다. 지금처럼 쇠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레일로 쓸 쇠를 구하기 위해 계단이나 농사에 쓰는 도구들을 빼내거나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가슴을 조이며 구해 폼나는 썰매를 만드는 경쟁을 벌였다. 지금 생각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대단한 훈련과정 이었던 셈이다.


동네 형들하고 동네 우물가에서 해질녘에는 ‘나이먹기’라는 놀이를 하였다. 기본 나이에서 몇사람을 합하면 많은 나이가 되니, 떼로 뭉쳐야만 이길 수 있다. 그래서 나이먹기를 시작하면 온 동네가 떠들썩 했다. 어머니께서는 저녁식사 준비를 마치고 아침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으러 오시는 일이 다반사 였다. 놀이에 팔려서 들어가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실갱이는 날마다 이어졌다.


당시 겨울날씨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된 지금 날씨 보다도 평균 5도이상 낮았을 걸로 생각된다. 손발이 터서 갈라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는 일이 즐겁기만 했다. 이렇게 방학 내내 정신없이 놀다보면 개학 무렵이면 방학숙제가 안되어 있어서 일기쓰는 숙제가 가장 고역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추억을 가질 수가 없다. 학원과 컴퓨터, 텔레비전에 빠져서 하루를 보낸다. 동네 또래집단과 노는 일이 쉽지가 않다. 기껏해야 놀이터와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정도다. 아이들은 점점 정서적으로 메말라가고 몰개성해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영어와 학습지 같은 과외에 매달리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걸로 안다. 학교까지 20분정도를 동네 형과 동생들이 함께 등교하면서 동료 의식도 키우고 체력단련도 했지만 지금은 5분 이상은 차로 태워서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나 인터넷과 게임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은 굉장히 우려할 만한 사건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즐겁고 편안한 삶이 유지된다. 현대는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조급하고 이기적이 되어 남과 더불어 함께사는 마음을 기를 여지는 많이 차단되고 있다.


인터넷 강국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급속한 초고속인터넷 보급으로 국민들의 생활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충분한 연구를 통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보완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가정에까지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문제를 보류하고 있다고 들었다. 연구소나 학교같은 꼭 필요한 곳에만 보급하면 되지 가정까지 보급했을 때 문제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도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겨울방학과 크리마스 무렵 산과 들로 뛰어 놀았던 옛날처럼 이번 겨울방학도 가정에서 "공부해라, 숙제해라"가 아니라 아이들이 밖에서 자연과 더불어 마냥 즐겁게 뛰어 놀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지식기반사회에서 창의력을 기르는 원천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2006. 12)

Posted by 황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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