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행정고시를 합격하여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사무관들의 지원 1순위 부처가 문화관광부와 보건복지부라고 한다.

과거의 인기 부서인 재경부,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등에서 커다란 변화다. 이미 행정수요가 문화와 복지 중심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뒤따라서 국가 예산이 편성되고 있는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0년도에 일반회계대비 문화부분 예산 점유율 1%달성, 문화예산 1조 돌파를 큰 자랑으로 삼은 적이 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가 문화예산 1% 편성을 공약했지만 지키지 못했고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 하에 문화예산을 대폭 늘려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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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선생 생전의 모습

국민의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한 새 문화정책에 따라 문예진흥기금 4500억원, 문화산업진흥기금 5천억원, 방송진흥기금 1천억원 조성 목표를 설정하고 강력한 문화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문화정책은 “한류”의 토대가 되었으며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많은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5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문화계 수십 개 단체가 연대하여 정책건의서를 각 당 후보들에게 전달했는데 문화예산을  전체 예산의 3%까지 편성해 달라는 요구가 핵심이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5%를 공약했으며, 당시 노무현 후보는 내부에서 2%를 검토하다가 농림, 교육, R&D예산을  97년 대통령선거부터 비율로 제시해 왔는데 또다시 문화예산까지 편성 비율을 정해 놓으면 예산의  경직성이 너무 심해진다며 취지는 동의했지만 공약화 하지 않았다.

당시 분위기는 한류의 물결이 시작된 즈음이었고 주 5일제 근무 시작 등 문화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문화예산이 전체예산에서 1.5% 이상은 자연스럽게 편성될 거로 생각했는데 2005년부터 1% 미만으로 떨어지더니 2007년 문화예산의 비중은 0.7%로 떨어졌다.
 
GDP 대비 공공문화예술지출 비중은 OECD 선진10개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지방정부와 민간자본의 크기까지 포함하면 선진국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문화예산은 인건비와 시설 및 장비유지비, 문화기관 단체운영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초예술에 대한 예산은 더욱 미미하다..

최근 전도연 씨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영화 <디워>가 미국에서 언론의 관심 속에 상영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현지인들이 피켓을 들고 우리 한류스타를 보내 달라고 시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문화예술이 이름 없는 변방이 아니다. 문화예술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것은 경제적 가치로 따져도 엄청나다. 전자제품과 한류스타를 묶어서하는 마케팅은 대단한 효과가 있다. 코리아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문화예술이 기여한 바를 생각한다면 정책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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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기뻐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 전도연 씨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모여 살면서 삶의 질은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가? 이제는 경제개발 5개년 시대의 “빨리 빨리”, “성과위주”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성에서 여유를 갖고 창조성을 발휘하는 지식기반시대를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세계제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초고속통신망 세계1위의 인터넷의 강국은 사람과의 관계보다 기계와 관계형성을 하기에 사람의 심성은 더 강퍅해지고 난폭해지면서 진정한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IT 강국의 부작용에 대해서 대책을 세우고 풍성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도 문화의 몫이다.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보다는 문화적으로 풍성한 나라가 삶의 질은 훨씬 높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이 충돌하는 반도의 특성상 문화적 융합을 수용해온 감수성이 풍부한 국민이다. 자연이 준 재능을 통해서 삶의 양식인 문화적 가치를 잘 표현해 낼 수 있다. 지난 5천년 역사동안 축적된 문화적 자산 위에서 문화 각 분야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문화정책이 경제논리에 밀려서 곁가지 정도로 취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문화복지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후보를 제외하고는 문화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것을 볼 때 문화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2007. 9. 18 오마이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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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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